[티티엘뉴스] 여행업계가 분식회계와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모 대형여행사의 임원이 지난해에 ‘갑질’ 논란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고, 최근에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에 진정서가 접수되었다. 이번호에서는 분식회계의 발생 가능성과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자.
여행업의 주체는 크게 고객, 여행사, 랜드사(현지 여행사 또는 국내에 있는 현지 여행사의 업무대행 사무소)이다. 고객은 여행상품을 소비하고, 여행사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랜드사는 행사(여행)를 진행한다. 고객이 ㅇㅇ투어에서 예약·결제하는 여행상품은 여행사와 행사(여행)를 진행하는 랜드사(현지 여행사)의 합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언론이나 소비자원, 한국여행업협회에서 분석된 자료에 따르면, ‘마이너스 투어피’라는 안타까운 시장 환경이 조성된 패키지 여행시장에서 현지에 여행객을 공급해주는 국내 패키지여행사는 갑, 랜드사는 을의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또 고객으로부터 수취한 여행대가 중 일부를 랜드사에 지급하는 패키지여행사의 책임자 급이라면 협력사와의 갈등 여부에 따라 ‘갑질’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셈이다.
고객이 지불하는 여행상품의 가격은 랜드사가 지출한 지상비(현지 숙박비, 입장료, 식비, 가이드 비용, 차량 렌트비 등)와 항공료, 보험료 등의 경비에 여행사의 여행알선 수수료로 책정된다(여행상품의 설계에 따라 항공료와 보험료도 지상비에 포함될 수 있다). 여행사는 지상비와 항공료 등 경비(수탁경비)를 제외한 여행알선 수수료를 매출로 계상한다. 여행업계의 불투명한 회계는 수탁경비 중 하나인 지상비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는 수탁경비가 포함된 여행대가를 고객으로부터 수취한다. 수탁경비는 단지 랜드사나 항공사에 지불할 금액을 잠시 수탁하고 있다는 개념이기에 여행사가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수탁경비는 정규증빙을 갖추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단지 인보이스 등 청구서가 수탁경비 지급에 대한 증빙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여행사의 알선수수료 매출과 수탁경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지상비는 거래구조 상 ‘갑’인 여행사가 ‘을’인 랜드사에 지급한다. 랜드사는 인보이스를 통해서 여행사로부터 지급받기로 되어있는 지상비를 청구하고 지급받는다. 여행사가 적은 금액을 청구하도록 요구한다면 랜드사는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랜드사는 받아야 할 지상비에 미달한 금액을 수령하고, 부족한 금액을 미수금으로 계상한다. 결국 여행사는 인보이스를 근거로한 수탁경비를 줄임으로써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수탁경비를 늘임으로써 이익을 줄여 세금을 줄일 수도 것이다.
이번 논란은 여행업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도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다. 갑의 지위에서 을이 영위해야 할 편익 중 일부를 포기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는, 바이어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공급자가 바이어의 이미지 실추를 위해서 위와 같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이번 분식회계에 대한 논란은 정확한 조사를 통한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정규증빙을 보완하는 등 제도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서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김진성 회계사는···
현 태율회계법인 감사본부, 벤처기업협회 창업/회계/세무 자문위원, 기술보증기금 사업성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IT기업, 여행사, 항공사, 유관기관 등을 전문 상담하고 있다.
정리= 김종윤 기자 yoons35@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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