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욱소장의 여행업 트렌드 ▶ 여행 스타트업 일기
1. 여행 스타트업(start-up)의 규모 판단하기
여행산업은 계속 커지고 있다. 욜로(YOLO), 워라벨 등등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IT 기술의 발전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과 IT기술의 발전은 기존 여행업의 판을 바꾸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틈새를 파고드는 새로운 여행 스타트업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 여행사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여행 스타트업들은 틈새를 넓혀가며 여행업의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기존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대적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열에 여덟 아홉은 이직을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것이다. 이럴 때 주변에 여행 스타트업에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는 지인들을 보면, ‘나도 한번?’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익숙함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직을 한 주변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면서도 나가서 고생하는 것을 보면 역시나 한 곳에 오래 버티는 것이 답인 것 같기도 하다.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라지만 그렇다고 지금 다니는 회사가 쉽게 망할 것 같지도 않고, 이직이나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지금까지 쌓은 경력도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한 때 여행업의 성장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성장이 동일시 되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 여행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을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필자의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하나투어라는 회사에 11년을 다니다가 창업한지 4개월 밖에 안된 여행 스타트업에 1호 직원이자 코파운더로 이직 - 창업인지 이직인지 명확치 않은 – 한 필자의 경험이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오늘은 첫번째 시간으로 이직을 할 여행 스타트업의 규모를 통해 옥석을 가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그냥 몇 명 안되는 직원에 열정페이로 일을 해야하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업무량을 처리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떠올린다. 틀린얘기는 아니지만, 스타트업도 창업한지 얼마나 됐고 얼마나 투자받았는지, 직원이 몇 명인지에 따라 근무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창업한지 1년도 안됐고(필자의 회사), 직원 수를 따지기에 민망한 회사들은 위에서 생각한 모습에 정확히 일치한다. 대표이사 포함 총 직원 1~3명, 미래를 보고 희생하는 열정페이와 주말과 공휴일이 의미가 없어지는 생활. 고객들이 여가를 즐기는 시간이 우리에겐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창업 3년 이상 업체
반면 창업한지 3년 이상이고 투자도 어느 정도 받았고 직원 수도 최소 20여명 정도 되는 곳은 분위기가 다르다. 일단 직원이 10명 이상이라면 어느 정도 분업이 이뤄진다는 의미고, 3년 이상 버텼다면 나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투자도 시리즈 A이상을 받았다면, 자금력이 없어서 열정 페이만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추후 투자규모에 대한 글도 올리도록 하겠다.) 물론 여전히 작은 규모의 틈새시장에서 여행업 메인필드로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긴 할 테지만, 창업 1년차 스타트업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창업 5년 이상 업체
창업한 지 5년 이상이라면 어떨까? 물론 5년 이상 됐더라도 큰 발전 없이 현상유지 정도만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직원 수도 오히려 줄어들었을 수도 있지만, 5년 이상 업계에서 버텼다면 이미 중견기업으로써 대접을 받을 만하다. 5년 이상 됐는데 직원 수도 변화가 없고 투자도 더 이상 안 받았을 수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만약 5년 이상 된 스타트업인데 직원 수도 50여명 이상이고 투자도 시리즈 B정도 받은 곳이라면, 사실 이런 곳은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곳은 이미 여행업의 기존 플레이어들과 당당히 경쟁을 하는 곳이고, 추가 투자를 통해 자금력도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발전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즉, 여행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여전히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좀 더 모험을 원하는지에 따라 스타트업의 규모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창업 1년 미만 업체
사실 창업 1년 미만의 회사는 말 그대로 진짜 스타트업이라 볼 수 있다. 아이디어나 기술력 하나 가지고 창업을 했을 것이고, 앞으로 회사가 어떤 모습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인터넷을 뒤진다고 회사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표의 경력이나 사람 됨됨이, 아이디어나 기술력만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 간다면, 1인 다역을 해야 하기에 야근이나 주말 근무도 각오해야 하고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물론 성공했을 때의 과실은 그만큼 클 것이다.
그런데 3년 이상 된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정도 내 역할이 정해져 있을 것이고 회사의 방향성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리고 여전히 규모가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나에게 떨어지는 과실도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만 하다. 5년 이상 된 스타트업이라면, 사실상 일반 기업으로 이직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좀 더 혁신적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사실 실제 업무는 기존에 하던 일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다. 회사의 정보는 인터넷 서칭을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고, 캐시카우가 뭔지 CEO는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도 쉽다. 다만 이미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급여적인 부분 외에 스톡옵션 등의 혜택이 없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같은 여행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규모나 연식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마음가짐과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여행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인력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직이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급여수준이나 조건 등을 다 맞춰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정말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것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앞으로 여행 스타트업의 세계를 하나씩 알아가 보자.
글 : 욱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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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당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정리=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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