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맛에 취하고, 향에 취해 비틀거려 보자.”
전라북도 순창군은 우리나라 고추장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이런 순창에서 조용히 떠오르고 있는 특별한 전통주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순수한 전통 기법 그대로 술을 빚어 새로운 맛과 향을 선사하고 있는 순창의 전통주, 비틀주가 바로 그것. 순창의 명주로 떠오르고 있는 비틀도가(대표 이종동)를 다녀왔다.
▲비틀도가에서 선 보이고 있는 3가지 종류의 비틀주 모습
물 좋고 공기 좋은 순창군 적성슬로공동체 음식체험관에서 처음 탄생한 비틀도가는 현재 유등면에 소재하고 있는 백제 양식으로 지은 한옥 초연당 내에서 품질과 맛에서 뛰어난 우리 전통기법으로 비틀주를 빚고 있다. 2018 순창세계발효소스박람회에서 전통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비틀주는 맛과 향에서 그 품격이 진하게 느껴진다.
“술을 빚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남들에게 커다란 만족을 드리기 위해 그걸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많이 힘들다 안힘들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것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것과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서 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 가치를 같이 나누어야 되겠다는 그런 마음이 중요하고 그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습니다” 이종동 비틀도가 대표는 비틀주를 빚어내는 이유를 담담히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 술은 순수하게 쌀로 만든 다면서, 우리 술의 맛은 새콤하고 달콤한 맛 그것이 우리 술 맛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름대로 그 부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비틀도가에서 빚고 있는 비틀주는 비틀10 탁주, 비틀16 청주 2종류, 비틀45 소주(증류주) 등 3가지가 주 생산품으로 뒤에 붙는 숫자가 알코올 도수를 의미한다. 비틀45는 옛 전통 방식으로 술을 증류하며, 참나무껍질을 넣고 숙성시켜 고급 양주와 같은 특별한 맛과 향으로 비틀주의 품격을 담아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하면 시큼하고 떪은 맛이 나며 도수가 약하지만 비틀주는 술맛을 살릴 정도의 물만 첨가해 일반 막걸리와 맛을 차별화했다. 아래 가라앉은 술이 탁주고 위의 맑은 술이 청주이며, 증류주는 원주를 청주로 해 높은 도수로 만들어 낸다.
▲이종동 비틀도가 대표
비틀이란 술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비틀의 사전적 의미는 힘이 없거나 어지러워서 몸을 바로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쓰러질 듯이 걷은 모양이란 의미를 가진 부사다. 그런 단어를 술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술을 먹는 목적이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들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술을 마시게 되지만, 결국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게 된다. 요즘은 혼자도 취하지만 대개 혼자 취하는 게 아니고 같이 취하면서 용기와 위안도 얻고, 좀 당당해 지기 위함이 아닐까. 이종동 대표는 이런 취한 모습 자체를 형상화하고 그런 의미를 담아 비틀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이종동 비틀도가 대표를 형상화한 모습
“달빛 한조각 베어물고 비틀, 그 달빛 안주삼아 술에 비틀” 비틀주를 표현하는 멋진 카피에서 느껴지는 비틀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다. 비틀주 시음은 초연당 입구에 위치한 고풍이 넘치는 멋진 옥호루(玉壺樓)란 누정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의 비틀에 대한 설명과 술을 빚는 이유 등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시음은 비틀10부터 시작됐다.
비틀의 맛과 향을 전하기 위해 아낌없이 내어 놓는 이 명인의 통 큰 시음은 마치 멋진 파티 같았고, 전통주지만 일반적인 전통주 맛이 아니고, 우리식 담금 법을 사용하지만 오히려 고급 양주와 흡사한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 비틀주에 시음 참가자들의 기대는 더욱 부풀었다. 10에서 16으로, 45로 넘어 가면서 시음에 참가한 이들의 몸 상태는 서서히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깊은 맛과 향에서는 우리 전통의 새로움을 느끼게 했고, 혀끝에서 전해지는 맛이 진하게 우려져 나오는 것 같았다.
▲비틀도가 전통주 시음 파티가 개최된 백제의 향기가 느껴지는 멋진 초연당 내 아름다운 누각 옥호루 모습
비틀주의 비틀까지 체험한 시음 잔치는 밤늦도록 계속됐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음 참가자들은 비틀주의 이름대로 비틀거림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목넘김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혀끝에서 전해지는 비틀의 맛은 브랜딩한 양주같이 달콤하게 다가왔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순창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 아니 세계적인 명주 탄생이란 감탄사를 쏟아내며 술잔을 들어 올렸고, 고조된 분위기에 따라 이 대표의 기분도 업되는 듯 비틀됐다. 비틀주 시음 잔치의 시작은 화려했고, 끝은 무한정 이어져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대부분 돌아서는 발걸음에서는 비틀을 확인했다고 전한다.
▲맛과 향과 빛깔이 양주같아 와인잔에 따른 비틀주의 모습
이종동 대표는 술은 물론 순창과도 별로 연관이 없다. 인천에서 술과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했었다. 그러다 11년 전 간에 문제가 생기면서 간을 1/3 절재하는 대수술을 받게 됐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순창으로 귀농 후 자신만의 세계를 갖겠다는 일념으로 전통주 공부를 하게 됐다. 술을 입에 댈 수 없는 상태에서 술에 대한 공부를 한 것부터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통주와 인연을 맺고 7년 만에 2018년 자신이 빚어 낸 술로 대상을 거머쥔 그의 끈질긴 노력과 집념이 이런 명주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옥호루 2층 누각에서 비틀주 시음 파티를 직접 진행하고 있는 이종동 비틀도가 대표(앞쪽 좌측 두번째)와 즐겁게 시음에 참가하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
많은 사연 속에 탄생된 비틀주가 대상을 수상한 전통주답게 품격이 담겨 있다. 마시는 순간 부드러운 목넘김은 물론 맛과 향이 혀와 코를 녹인다. 비틀주를 접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앉아서 마시면 안 된다는 것, 목넘김이 부드럽고 향과 맛이 새롭고 탁월해 비틀주를 마시는 애주가들이 자신의 주량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틀주의 비틀이 무엇인지 경험을 원한다면 앉아서 마실 것을 권유한다. 분명 비틀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해 볼 수 있으리라.
▲전통주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비틀주
전통주인데 마치 고품격 양주의 맛과 향을 전해주는 비틀주, 국내 애주가들에게도 별로 소문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직은 많은 양을 생산하지 않는다. 1주일에 한번 술을 빚으며, 보통 120Kg 정도의 찹쌀을 사용한다. 현재 주류제조 허가증을 갖고 3종류의 술을 생산해 내고 있는 비틀주는 보통 증류주는 대부분 고량주 같은 맛을 내지만 전혀 그런 맛이 아니고 고급 꼬냑같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비틀주를 한잔 마셔 본 애주가라며 이제부터는 바로 비틀주의 찐 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틀주의 맛에 반해 비틀, 향에 취해 비틀거려 본 애주가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국내 애주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비틀주, 머잖아 분명 순창과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명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비틀도가의 모든 것
▲비틀도가에서 생산되고 있는 비틀 3총사 (비틀16은 로재롸 골드 두 가지 제품으로 생산)
▶비틀10/탁주, 알코올 10%/ 탁한 누룩주, 1만원/500ml
▶비틀16/청주, 알코올 16%/ 맑은 누룩주, 3만원/500ml
▶비틀45/소주, 알코올 45%/ 누룩 증류주, 7만원/500ml
순창 비틀도가 =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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