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여행업계에 30여 년을 몸담은 내리 패키지와 함께해 온 그를 온라인 여행 테크 회사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하나투어 초기 멤버이자 B2B 대리점 영업의 핵심이었던 육경건 대표가 2월 초 국내 대표 여행 테크 업체인 마이리얼트립을 새로운 거취로 선택한 것에 새삼 놀라웠다.
한달 여 만에 마이리얼트립 사무실 한켠에서 만난 육 대표는 하나투어에서 만났을 때와 비교해 분위기도 표정도 한껏 달라진 모습이었다. 인터뷰 당일 스타트업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후드티셔츠 차림은 사뭇 신선하기까지 했다. 여행업계에 몸담았던 기간 동안 한 곳의 회사에만 있던 그의 두번째 선택의 각오를 들어봤다.
▲ 육경건 마이리얼트립 CIC 대표
Q. 180도 성격이 다른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독립법인 대표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
마이리얼트립 본래의 IT 플랫폼 회사의 정체성은 그대로 가져면서 마이리얼트립 CIC는 B2B 대리점 사업으로 가는 것이다.
아마 FIT 여행 상품 시장에서 수수료를 주는 시도는 마이리얼트립이 처음 시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동건 대표와 합의해 지금 가지고 있는 단품 여행상품을 포함 대리점 영업을 시작하고 수익의 절반 가량을 수수료로 주는 전략을 취하려고 한다.
게다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다져온 항공사, 관광청, 여행사(대리점) 등 여행업 네트워크를 마이리얼트립이 가진 시스템과 결부시키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온라인 여행사들은 판매 채널이 약하다. 젊은 층에게만 한정된 수요로 시장에서 다양한 채널을 뚫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정통 여행사 출신으로 내가 잘하는 것과 온라인 여행사로서 마이리얼트립이 잘하는 것을 파악했고 어떻게 하면 각기 가진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Q. 굳이 온라인 여행 회사에서 대리점 사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마이리얼트립에 합류하고 보니 구성원들이 트렌드에 적중하는 여행을 만드는데 능숙했다. 하지만 상품 특성상 수익이 적은데 정통 여행사 출신으로 이러한 부분을 조금만 다듬으면 보다 시장성 있는 여행상품으로 변모시킬 수 있겠더라.
패키지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과거보다 점유율은 상당히 줄었고 고객들이 FIT성 단품 상품 기본적으로 이용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과거보다 여행사들의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FIT 상품을 통한 수익 확보는 여행사들에게 중요하다. 중소여행사들의 경우 콘텐츠가 탄탄한 현지 액티비티 투어 상품들을 준비해놓았지만 인지도가 낮아 단독 판매도 어려운데 판매할 채널이 마땅치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존 여행사들을 통한 대리점 판매 방식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마이리얼트립이 가진 브랜드 가치와 시장성이다.
기존에 호텔, 항공에서는 이런 개념이 있지만 수익성이 매우 낮고 그나마 시장성이 있는 투어 앤 액티비티 같은 단품 속성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우리가 수수료를 주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그에 대한 시스템은 여기 마이리얼트립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돼있다고 말할 수 있다.
Q. 어떤 부분에서 내린 판단인가.
새로 합류 후 당장 마주한 두가지 사례에서만 봐도 확신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일례로 마이리얼트립 키즈에서 몽골 상품이 게시한지 5시간만에 예약 마감이 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반 여행사에서 파는 몽골 패키지 상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게르에서 숙박하고 몽골의 별밤을 보는 등 일반 몽골 패키지 상품과 별반 특이점이 없었는데 마이리얼트립만의 독특한 장점으로 완판을 기록했다고 보고 잠재력을 충분히 내다봤다. 동일 상품을 50만원 대로 출시한 패키지 여행사보다 가격은 높아도 마이리얼트립의 상품이 시장 장악력에서 월등함을 보인 것이다.
또 놀라웠던 것은 삼성전자에서 먼저 마이리얼트립에 법인 여행 담당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팅 당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패키지 여행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자 기업 자체적으로 내부 조사를 시행한 결과 마이리얼트립의 선호도가 제일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역으로 마이리얼트립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 여행제휴몰 서비스’가 출시되기까지 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리조트 회원권을 계약해 임직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휴양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나, 제한된 여행상품으로 내부 수요조차 따라지 못했다. 거기에 기업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임직원 문의에 대응 하는 등 임직원 여행으로 내부 업무량이 과부하가 걸리면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불편함을 느껴 법인 여행 시장에서 조차 새로운 요구가 생겨나는 상황이다.
삼성 외에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까지 같은 방식으로 얼마든지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다만 마이리얼트립이 직접 법인 영업을 뛰는 것이 아니라 대리점 형태로 기존 상용 여행사들과 협력한다. 법인 상품 역시 마이리얼트립과 협력하는 상용여행사들과 나누며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다.
법인 시장 역시 신규 거래 업체를 늘리는데 녹록치않은 상황에서 여행사들은 마이리얼트립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기존 및 신규 기업들의 여행 물량을 받고 수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상생이 가능하다.
이곳은 IT 플랫폼 회사이지 여행사가 아니다. 직원 대부분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하고 오프라인 기반의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존 여행사들처럼 업무를 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마이리얼트립이 여행사들과 대리점 영업하자고 조를 판이다.(웃음) 내부적으로 적정 인원이 구성되면 전국적으로 대리점 사업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Q. 그래도 대리점 영업은 요즘 트렌드와 상반되는 것 같다.
일반 여행객들은 간판 여행 상품이 대리점 수수료를 포함한다며 직판 여행상품이 더 저렴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직판 여행 상품이라고 해서 결코 더 저렴하지 않다. 따져보면 광고 등 마케팅 비용 등의 포함돼 가격적인 면에서 간판 여행상품보다 월등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직판으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결국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강점밖에 내세울 밖에 없는 구조다. 판매 채널조차 단조롭다.
반면 간접 판매 영업을 하는 여행사는 판매 채널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오프라인 영업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하나투어나 모두투어만 봐도 대형마트, 대학교, 백화점, 호텔까지 골목부터 특정 멤버들만이 출입가능한 프라이빗한 장소까지 여행사 대리점들을 두루 볼 수 있지 않았나.
B2B 기반 영업은 고객과의 접점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고 제휴 마케팅 또한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리점에 주는 수수료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여행업계 경력 대부분을 대리점 기반의 B2B 영업을 해왔기에 누구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때문에 마이리얼트립은 FIT 대리점 영업의 당위성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 육경건 마이리얼트립 CIC 대표는 핸드폰을 통해 그간 진행한 업무 결과를 소개하며 신임 대표로 열의를 보였다.
Q. 향후 계획은.
마이리얼트립 내에서 당분간 직접 협력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협력사들과 소통해 여행상품을 다루는 실무에 임할 것 같다. 10명까지 내부 직원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외부에서는 힘들 것이라 생각들 하고 협력사에서도 대표가 직접 응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다. 마이리얼트립 내부의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고 실무를 통해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마이리얼트립이 시작부터 현재 모습은 여행을 서비스를 하는 IT 회사라고는 해도 여행을 서비스하는 회사이고 여행상품의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구매력이 있는 고객층까지 고객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지투어, 패스, 항공, 숙박 외에 프리미엄 여행상품 같은 부가가치 높은 여행 상품의 판매 활로를 뚫는 것이 이곳에서의 나의 역할이 될 것 같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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