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 박람회 BEST & WORST 5
2017-09-21 23:22:24 | 김세희 에디터

한국 관광산업이 잘 걷어지지 않는 미세먼지처럼 갑갑하다. 그럼에도 이것마저 멈추면 안 된다는 의지인 듯, 관광 및 여행박람회는 연거푸 굵직굵직하게 팡파레를 울린다.


지난 달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 관광 박람회도 마찬가지였다. 전 국회의원이었던 최재성 위원장을 주축으로 각 지역 대표 9개 신문사와 전국 17개 시·도의 121개 지자체의 참여로 열린 이 행사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 및 수준 높은 관광 산업의 시장 확대'를 위해 개회를 했다. 작년 제1회에는 3만5000명, 이번 제2회는 4만5000명이 방문했다는 집계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국내 관광시장에 큰 전환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언론 일지'를 쓰면 그만인 걸까. 신기하게도 이런 박람회가 꾸준히 열리지만 통계를 기반으로 한 국내 관광 수요에 대한 그래프는 고개를 들 줄 모른다. 우리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각종 박람회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 제2회 대한민국 국제 관광 박람회의 BEST와 WORST 5의 기록은, 하나의 '관광 박람회 일지'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EST 5

 

BEST 1. 지역을 촘촘하게
 

보기만 해도 촘촘하고 상세하다. 어느 정도 지역 이름을 꿰뚫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양한 지역을 마주하고 있자니 새삼 새롭기도 했고 좁은 한국이지만 다양한 색채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밥을 먹지 않아도 뿌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단순 방문으로 들렀던 사람들도 '합천군'이 경남인지 경북인지, 심지어는 어느 도에 있는 것인지 찾아보는 것 같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작은 지역까지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게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해외 여행에서도 소도시 투어가 특별하게 여겨지고 있듯 한국의 소도시도 개성을 가져야 한다는 희망이 드는 순간이었다.

 

BEST 2. 학생들의 발걸음
 


각 초·중등학교의 개학이 있던 시점이라 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이지만, 우리나라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선택해서 취하려는 경우는 드물기에 직접 이런 행사에 노출시키는 체험학습은 고무적이라 볼 수 있다. 각 지역별로 작은 이벤트를 하고 있는 데다가 SNS 홍보를 이용하여 기념품을 주고 있었기에, 어쩌면 학생들의 눈높이에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으로 교육적인 효과가 예상됐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펼쳐지는 농구 게임에는 어디서 갑자기 알고 모였는지 이곳저곳에 흩어졌던 학생들이 한 데 모인 것 같은 장관이 펼쳐졌다.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에 집어준 녹차 집게 아이템도 상당히 인기였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녹차가 머리에서 자란 것 같은 액세서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번 박람회도 국내 학교 수학여행 담당 교육자를 대상으로 한 바이어 상담회를 부대행사로 열고 있었다.
 

BEST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JTBC <뭉쳐야 뜬다>처럼, 모여서 성과를 낸 경우도 있었다. 사람이 모였다기보다는, 지역이 뭉친 것인데 결국 세계유산 등재까지 일구어 놓은 사례다. 이번 박람회 선정 기관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던, 재단법인 <백제세계유산센터>다. 문화재청과 관련 광역자치단체인 충청남도, 전라북도, 기초자치단체인 공주시, 부여군, 익산시가 업무 협약을 하고, 공동출자하여 설립된 독립법인인 셈인데, 학예연구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단순 지역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라, 문화권으로 한국을 이해하고 가치를 찾아나가려는 시도이기에 이 부스는 이상하게도 다른 곳보다 커보이는 느낌이었다. 미래가 그려진다고 해야 할까. 공무원과는 다른 학예연구사들의 참신한 도전과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도 한국 문화의 뿌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소였다. '팝업카드 만들기 키트'는 조카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한국의 유적지 이름을 기억하는 게 쉽지 않은 법인데 한 눈에 보기 쉽게 제작되어 있었다.  

 

BEST 4. 다양한 접근
 

관심사를 바탕으로 짜여진 행사들이나 홍보 업체들의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평일의 경우에는 중년이나 노년층의 참가가 높았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귀농귀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도모했고, 무대에서는 패션쇼에서부터 여행 토크쇼까지 트렌드를 읊은 행사들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주)와바다다 업체의 경우 '아이 글라이더'라는 기술을 국내 관광과 접목해 4D VR로 국내의 명소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 외에도 글로벌 유학생 페스티벌이라 하여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의 언어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려 노력했고, 의료관광 안내, 세계 주류 페스티벌,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탐방 등의 지점들을 만들었다. 성과라는 잣대를 바로 들이댄다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다채로운 영역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었기에 앞으로도 장려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BEST 5. 진화하는 기념품과 상품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나오는 외국인들은 한결 같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옷을 입는 감각이 남다른 것 같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대전에서 볼 수 있던 기념품은 단연 한국적이었으며, 현대적이기도 했다. 각 업체들이 내어 놓은 각종 기념품들도 상당히 유니크했다.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케치 감각 때문인지 학생들도 엽서 하나씩 사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지역 네이밍을 위한 독특한 타이포그래피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감성이 담긴 오르골과 한복의 감각을 불어넣은 앞치마 등은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전라도의 경우는 역시 맛깔스러운 음식들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점은 스테디셀러가 되어야 한다는 정공법이 잘 통했다. 임실군의 치즈 상품은 안정화 단계처럼 보였다. 주력 상품이 있었고 나름의 개발을 도모하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다양한 기술적 요소까지 결합한 기념품과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WORST 5

 

WORST 1. 따로 노는 지역들
 


베스트가 워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촘촘하게 나누어 지역의 개성을 살려보려는 측면은 공감했다. 다만, 너무 나누기만 했다는 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우리나라는 특별시나 광역시·도 안에 나머지 지자체가 있다. 결국 가장 큰 범주에 해당되는 향토적인 특성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흡사 벌집처럼 지역을 조각내는 데에만 치중했다.
 

그러다보니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정선군이 마음에 들어서 다시 가려고 하니 어디가 정선군이 있었는지 헤매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만 그쳤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각 지역을 나누었으면 확실히 차이점이 보여야 하는데 칸막이를 두고 나눠진 어느 두 지역은 오히려 묶어도 될 만큼 특별한 점이 없었다. 게다가 개회한 첫 날, 어느 지역은 하루 종일 한복을 입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만 점심 도시락을 먹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무엇을 찍어야 할지 고민만 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박람회가 ‘부스 잔치’에 그친 것 같은 아쉬움이 크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의 넓은 지역끼리 일단 모아서 담을 만들고 들어오게 해야 관람객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경상도 담 안으로 들어오니 알지 못했던 경상도의 세계에 푹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여행 충동이 생길 것 아닌가. 안동에서 볼 수 있었던 돌담을 재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그저 안내 자료만 비치하고 앉아있는 행사라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끼리의 소통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지역색에 맞게 합할 건 합하고 나눌 건 나누어야 한다. 때론 랜드마크에 따라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행에 빠지다'라는 슬로건에 맞게 관광 박람회에 들어서자마자 국내 여행의 축소판이라 느껴져야 '축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WORST 2. 2% 아쉬운 홈페이지와 가이드 맵
 


부스 배치도는 공지사항에 PDF로 올려져있긴 하다. 그리고 그 파일을 다운 받으면 첫 번째 베스트에 올려진 사진대로 빼곡하게 A1부터 A123까지 붙어지는 기호로 G까지 적혀있다. 숨이 막혔다. 한 장짜리 가이드 맵은 노안인 분들에겐 무용지물이었고, 차라리 배치도를 크게 해서 지역을 그 안에 적어 놓아야 활용도가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저 관람 내내 저 가이드 맵은 더위를 가시게 만드는 부채로서 충실했다.


왜 홈페이지에 부스 배치도를 한 눈에 보기 좋게 올려두지 않았던 걸까. 직접 받을 수 있는 가이드맵은 왜 그렇게 가독성이 떨어지게 만든 것일까. 지자체가 많이 참여했다는 걸 자랑하는 종이에 불과했다. 첫 번째 워스트처럼 그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라는 작은 안내 신문도 있었지만 개괄적인 내용에 불과해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WORST 3. '안내 데스크'는 어느 나라 이름인가
 


케냐와 나이지리아의 모습을 킨텍스에서 만나니 신선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컬러풀한 느낌에 이끌려 다가가니 부스 이름이 ‘안내 데스크’(▲좌측 사진)였다. 아프리카 몇 국가 외에 인도, 스리랑카, 브라질, 슬로바키아 등 해외 국가의 참여는 부스부터 크고 화려해서 호기심이 생겼었다. 나름의 상황과 이유가 있을 테지만, 한국도 아니고 어느 나라인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저 공간을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부스의 이름쯤은 임시방편으로 덧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WORST 4. 토산품만 받고 마는 행사


어떻게 보면 적극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해서 기념품을 받는 것이니 문제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조금 신기한 관찰을 하게 되었는데, 날쌘 어느 중년은 이벤트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마다 맨 앞 줄에 대기하고 있었다. 


박람회가 토산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 즉각적인 여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에 잠재적으로는 관광의 싹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 퀴즈쇼, 게임이나 SNS 홍보를 하면 상품을 주는 식상한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단시간에 여러 지역의 상품을 전략만 잘 짜면 빠르게 얻고 나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지자체끼리의 협업이 이런 현상을 조금은 진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단발성인 행사도 운영하면서 어느 지역부터 어느 지역까지의 투어를 통해 달성했을 경우 더 큰 상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서로 윈윈하는 길이 아닐까. 그러려면 워스트 첫 번째(Worst 1)의 문제부터 극복해야 할 것이다.

 

WORST 5. 정체성 상실 

뭔가 잘 차려진 밥상인데 어디로 젓가락이 가야 하는지 몰랐던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지자체의 참여가 많았으니 양으로 보면 국내 관광 활성화인데, 뜬금 없이 해외 국가 몇 개국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 조금 들어와 있고, 여행사들이 해외 여행상품을 한 켠에선 팔고 있으며, 세계여행정보관이 펼쳐져 있다. 국제 관광 박람회라고 하기에는 해외 소개 영역이 너무 부실하다.

박람회의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오랫동안 사랑받고 국내 관광객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세희 에디터 sayzi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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