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상생의 길, 日 미야기 올레(オルレ)를 걷다
미야기현 다섯 번째 올레 코스 전격 개장
새로운 일본 여행상품 대안으로 경쟁력 높아
2023-12-01 09:47:18 , 수정 : 2023-12-01 10:27:44 | 양재필 기자



[티티엘뉴스] 셀 수 없이 많은 번민과 고민을 지우는 최고의 방법은 무작정 걷기다. 일본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깨끗한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이 길은 한국에서와는 다른 내적인 평안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지난 11월11일에 개장한 미야기올레 무라타(村田) 코스. 도쿄에서 250km 가량 떨어진 미야기현의 작은 마을에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걷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유다.

 

사실 이곳은 쓰나미의 상흔이 가장 심하게 남은 지역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대의 모든 걸 집어삼키며 사망자만 1만명이 넘었고, 실종자만 1200여명에 달했다. 대재앙 이후 암운으로 가득한 이곳의 재건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힘썼고, 그 결과물의 하나로 2018년 ‘미야기올레’가 탄생했다. 인간과 자연이 지속적인 공존을 위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하다.
 

 

 
다섯 번째 미야기올레 코스 개장

 

지난 11일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일본 미야기현과 함께 만든 미야기올레 5코스 무라타(村田) 코스를 개장했다.

 

이날 오전 미야기현 무라타 마치(町)에서는 한국 관계자 20여 명과 일본 각 지역 및 아시아트레일즈네트워크(ATN)에서 참가한 타이완, 몽골, 미국 등 12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개장식을 열고 축하한 뒤, 다 같이 올레길을 걸었다.

 

미야기현은 도쿄에서 약 25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동북(東北·토호쿠) 지방의 관문, 센다이(仙台)시가 속한 현이다.

 

이곳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밀어닥친 쓰나미로 만여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되고,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보았다. 쓰나미로 완전히 끊겼던 철도는 대지진 이후 9년 만인 지난 2020년 3월에야 복구공사가 끝나고 전면 개통에 들어갔다.

 

미야기현은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제주올레를 찾아 걸으며 위로와 치유를 받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하며 제주올레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개의 미야기올레 코스(게센누마~카라쿠아, 오크마쓰시마 코스, 오사키~나루토 코스, 토메 코스)가 생겨났고, 코로나 19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올해 무라타 코스가 개장했다.

 

무라타 코스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검수를 받으며 미야기현이 3년을 공들인 결과물이다. 길을 찾는 탐사팀 운영만 1년 남짓 걸릴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그만큼 이 길은 최적의 동선과 풍경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누적 완주자는 5만여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며, 앞으로 3개 코스가 더 개발되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은 일본 규슈에 수출돼 성공적으로 안착한 '규슈올레' 성공 사례를 통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제주올레길이 일본에도 생기면 국내외 관광객을 모으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전체 13.5㎞ 길이의 무라타코스는 천천히 걸으면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중급 난이도의 올레길이다. 시작점에서 다시 종점으로 돌아오는 원형코스로 자연과 소박한 일본 시골 마을의 정취가 조화를 이룬다.
 

코스가 마무리 될 쯤에는 17세기 일본 에도(江戸)시대 창고로 쓰이던 옛 목조 건물이 남아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쿠라노마치나미(蔵の町並み)라는 이름의 창고마을거리 상점가 일대는 일본에서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돼, 작은 교토(京都)'라 불리기도 한다. 시작점인 미치노에키 무라타에는 왕벚나무 수백 그루가 자라고 있어 봄에는 장관을 이룬다.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대표는 “올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연과 소통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기회”라며 “제주올레가 미야기현에서 희망과 치유의 상징이 되어 새롭게 탄생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전했다.

 

 

올레(オルレ), 일본 에코관광의 문을 열다

 

일본 여행은 그동안 주로 도심 관광에 머무른 것이 사실이다. 도쿄, 오사카를 주축으로 하여 철도를 통해 연결된 주요 거점 도시를 자유 여행하거나, 규슈나 북해도를 도는 패키지 여행 상품 등이 주를 이룬다.

 

료칸 여행이라는 일본만의 강력한 힐링 여행상품이 있지만, 단품 상품으로 구성하기에는 다소 비싸고 일정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가하고 있는 일본 올레길 상품은 고정된 일본 여행상품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올레길은 전문 트래킹 코스에 비해 많은 지식과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고 걷기를 좋아하는 중장년층에게 올레길 상품은 상당한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일본 전문 여행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일본 여행상품에 일본 걷기 코스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획일화된 일본 도심관광에서 벗어나 일본의 자연과 시골의 정취를 만끽하며 쉬어 갈 수 있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격 여행상품을 전문 취급하고 있는 윤희경 플랜티 투어 실장은 “앞으로 일본여행도 에코관광이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에서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기존 여행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숨 쉬고 힐링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더 많이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재필 여행전문기자_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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