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페인에서 한시간… 아프리카 속 유럽 ‘ 탕헤르 ’
2025-01-02 20:33:43 , 수정 : 2025-01-06 20:37:40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발을 들이는 순간 스페인 남부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모로코 북부 항구도시 탕헤르(Tangier)와 대면한 첫 느낌이다. 탕헤르는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위치로 유럽과 아프리카의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곳이다. 로마 제국, 무어인, 프랑스, 스페인 등 여러 문명의 지배를 거치는 동안 일찌감치 전략적인 요지로 자리잡았고 그덕에 독특한 역사적 배경까지 얻었다.


▲ 각각의 바다 위치를 알려주는 푯말. 탕헤르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실제로 스페인과 지브롤터 해협을 두고 14km 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페리로 1시간이면 다다를 정도로 가깝다. 현지인에 따르면 맑은 날에는 길 건너편에 있는 스페인 남부 해안을 따라 자동차가 질주하는 것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 포인트에서 바라본 대서양

 

로마 제국부터 시작해 여러 문명의 영향을 받은 탕헤르는 20세기 초에는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예술적 자유와 혁신의 상징이 되었다. 

탕헤르의 주요 관광명소로는 전통 시장과 카페가 즐비한 메디나,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탕헤르 왕궁, 도시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스바, 활기 넘치는 그란 소카 광장, 지중해와 대서양이 합작해 만들어낸 아름다운 해변들이 있다.

 


▲ 탕헤르 메디나 풍경

 

탕헤르 여행 역시 여타 도시처럼 메디나부터 시작한다. 좁은 골목길과 전통 시장이 매력적인 메디나에서는 모로코 특유의 향신료, 수공예품, 직물 등을 구경하며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까닥하면 또 길을 잃어 메디나의 입구를 찾지 못한다. 가도가도 새로운 골목이 나오는데 구글지도도 메디나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현지인에게 바로 안내를 받는 게 시간 절약을 돕는다. 


▲탕헤르 해변 풍경


▲ 헤라클래스 동굴 입구 가는 길에는 신화를 소개하는 그림과 안내가 있다. 

 

카스바에서는 탕헤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카스바는 멋진 전망 포인트로, 여기서 찍은 사진은 바로 인생샷이 된다. 그란 소카는 탕헤르의 중심 광장으로, 시장과 카페, 상점들이 모여 있어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탕헤르에서 서쪽으로 약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헤라클레스 동굴(Caves of Hercules)은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가 머물렀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동굴의 독특한 바위 형상과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창문 같은 출입구는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 헤라클래스 동굴 

 

 

탕헤르 해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다.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플라야 파블로나 플라야 베라는 특히 인기 있는 해변이다.

그밖에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도 유명한 탕헤르는 20세기 초에는 폴 보울즈, 윌리엄 버로우즈 등 비트 제너레이션 작가들의 창작 활동 중심지로 알려지며 예술적 자유와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폴 보울즈나 윌리엄 버로우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문학 여행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세계 각국의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탕헤르 메디나 곳곳에서 당시 장면을 상기시키는 곳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얼티메이텀의 주요 촬영지 중 하나로 유명한 지붕 추격 장면이 탕헤르에서 촬영되었다. 또한 탕헤르 예술 박물관에서는 모로코의 전통 예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탕헤르 =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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