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지난 14일 클룩(KLOOK)과 진에어가 기획한 ‘가상홍콩테마관광비행’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겼다. 지난 2월 베트남 귀국편을 끝으로 개인적으로는 대략 9개월 만에 비행기 탑승이다.
이번 클룩의 가상홍콩테마관광비행의 정식 이름은 ‘미리 즐기는 홍콩원정대’. 홍콩을 테마로 관광 비행과 홍콩 왕복 항공권, 여행 상품권을 포함한 패키지로 구성해 기존 관광비행 상품들과 차별화를 더해 대중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진에어 발권 카운터
한산한 인천국제공항에서 유난히 사람들이 북적이는 진에어 카운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인같이 보이는 이들도 있고 혼자 캐리어나 백팩을 메고 여행의 분위기를 보다 만끽하는 이들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온 듯한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평소 봤던 발권 창구의 흔한 모습이었다.
클룩 관계자에 따르면 비행 출발 시각은 오후 3시인데 진에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는 2시가 되기 한참 전인 오전 11시30분부터 공항에서 대기한 이도 있다고 했다.
철저한 발열체크와 방역 조치 하에 인천공항에서 발권 과정을 마치고 진에어 LJ981편을 이용해 약 2시간 동안 광주, 제주, 부산, 대구 등 국내 상공을 유람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클룩이 제작한 기념품들. 가상 보딩패스부터 기내 수면용 안대, 마스크줄, 미리 써보는 출입국 신고서까지 모두 여행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탑승 전 제공된 기념품 중 홍콩관광청이 제작한 가이드북들과 홍콩의 명물 제니쿠키도 있었다.
행사 주최측이 젊은 감각을 추구하고 자유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여행플랫폼 회사와 LCC답게 모든 준비가 아이디어로 통통 튀었다.
행사 타이틀부터 ‘미리 즐기는 홍콩원정대’다. 원정대의 사전적 의미는 먼 길을 갈 목적으로 조직된 무리지만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면 앞에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적지도 확실치 않고 가는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것 아닌가. 이보다 지금 이들을 더 설명할 수 있는 단어도 없을 것 같았다.
출발 시간도 점심시간 이후인 느즈막한 오후 3시였기 때문에 여유있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허둥지둥 서둘러 공항에 올 필요도 없었고 늦가을의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받아 빛나는 하늘과 바다의 풍경으로 눈을 정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고봉은 소위 요즘 시쳇말로 노을 맛집, 일몰 맛집인 기내에서 하늘의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계속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전 출발이었던 기존의 비행들이 선사하지 못했던 광경을 담을 수 있게 해줬다는 면에서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귀한 선물을 받았다는 평을 얻었다.
비행 중간마다 현재 상공의 위치를 설명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기자가 앉은 곳은 좌측 창가였는데 좌측에서는 지리산과 한려해상국립공원 등의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었고 우측 창가에서는 한라산 백록담을 볼 수 있었다.
▲기내에서 내려다 본 지상의 모습.
또한 진에어의 승무원 특화 프로그램 딜라이트 지니(Delight JINI)가 준비한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진행됐다. 승객과의 가위바위보 게임은 물론 홍콩 테마 가상 여행이기에 홍콩과 관련 OX 퀴즈이벤트도 빠지지 않았다. 최종까지 간 우승자에게는 진에어의 ‘김포-부산 국내선 항공권’이 전달됐다.
아마 이날 함께 자리한 이들은 홍콩 디즈니랜드가 세계에서 11번째로 개장됐다는 것, 홍콩이 서울 면적보다 1.8배 더 넓다는 것과 홍콩이 가진 세계 최장의 야외 에스컬레이터인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정도는 뇌리에 박히게 됐을 것 같다. 여기에 매일 저녁 8시면 홍콩 저녁 하늘을 수놓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풍경을 연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첨밀밀의 주제곡을 부른 진에어 승무원들.
기내가 세로로 길어서 앞쪽에서 진행된 행사에 모든 승객을 오롯이 집중시키기 어려웠을텐데 진에어 승무원들의 진행실력은 탁월했다. 모두가 일사분란했고 그 가운데 서비스도 부족함이 없었다.
끝으로 승무원들이 영화 ‘첨밀밀(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의 주제곡인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부르는 것으로 기내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제공된 기내식
기내식도 식사 때가 아니지만 비교적 알차게 제공됐다. 칠리 새우 야채 볶음과 자차이(榨菜, 짜사이)로 중화적인 테마를 강조했고 작은 주먹밥에 그린샐러드와 과일로 부담없지만 든든한 메뉴도 곁들여 제공됐다. 다만 계절적인 영향으로 차가운 감이 없지 않아 있어 정식 상품으로 기획시 기온에 따라 따뜻한 메뉴로 선택지에 고려되면 좋을 듯 했다.
▲정처없이 서있는 각 항공사 비행기들.
“승객여러분, 이제 우리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당초 도착시간보다 지연돼 죄송한 말씀을 전합니다”
승무원들이 원래 도착시간보다 30여 분이 지연돼 미안한 기색을 표했지만 누구하나 짜증내는 이 하나 없었다. 오히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목적없는 비행은 단 한번일지라도 해볼만하다는 것. 생각해보면 언제 이렇게까지 내나라 상공을 자세히, 그것도 낮은 고도에서 볼 기회가 있었나싶다.
잃어버린 여행이 일상속으로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기내에서의 마지막 방송이 그 어느 것보다 와닿았다. 기약 없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여행업계의 많은 이들이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9일부터 정부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착륙지 없이 외국 영공을 통과하는 국제관광비행을 내년 12월까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면세혜택을 부여해 기내면세점은 물론 시내·출국장·입국장 면세점에서 면세 물품 구매가 가능해져 면세업계도 조금이나마 숨쉴 여유가 생겼다.
더불어 여행을 원하는 이들도 또다른 추억을 만들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됐다. 비록 상공만 돌고 온다고 해도 여행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을 막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번 비행 패키지에 포함된 진에어의 홍콩 왕복 항공권이 가족에게 홍콩 여행을 약속하는 선물이라고 했다. 약속의 그날. 모두 홍콩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인천=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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