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인도네시아가 이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인 입국 금지를 제한하지 않음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도네시아 노선을 감편하면서 양국간 외교 차원의 결정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사진제공=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 VITO Korea)
인도네시아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다음날인 지난 4일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환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사재기를 하지 말라”며 국민들에게 강력하게 권고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일본·이란·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환자 대규모 발생 지역민의 입국을 제한할 것이란 추측이 돌았으나 대구·경북지역 방문 금지만 권고했을 뿐,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작년 10월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1차 '한-인도네시아 영 리더스 다이얼로그(Young Leaders' Dialogue)’에서 환영사를 하는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 (사진제공=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 VITO Korea)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은 전날인 지난 3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의 밀접한 경제 관계와 활발한 인적 교류를 고려해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 등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한국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신뢰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1차 '한-인도네시아 영 리더스 다이얼로그(Young Leaders' Dialogue)’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박재아 지사장(왼쪽)과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 (사진제공=인도네시아관광부 한국지사 VITO Korea)
박재아 주한 인도네시아 관광청 지사장은 “관광부 내부에서도 한국에서 확진자가 200명을 돌파했을 때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는 심각하게 거론되었지만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후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라며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결정은 ‘어려울 때 돕는 친구’로서 한국과의 우방인 관계를 과시한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한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5일부터 14일 이내 중국 본토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한편 중국인 무비자 입국·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같은 날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며 중국에는 상반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의 음력설인 춘절(春节) 기간 직후에 발생한 사건이라 이미 인도네시아에는 명절을 보내기 위한 중국인이 5000명 이상 체류 중인 상황이었지만 귀국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비자와 항공을 단번에 끊어 중국과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샤오첸 주 인도네시아 중국대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침착해야 한다. 과잉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중국의 투자와 관광객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가 인도네시아 투자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여행과 수입을 제한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국민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탑승객 급감에 따른 수익 저하에 인도네시아 노선 운휴 및 감축을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6일부터 4월25일까지 인천∼자카르타 노선 전면 운항 중단 예정이며, 인천~발리 노선은 감편/운휴 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일인 3월5일부터 3월28일까지 수, 금, 일일 주 3회로 줄였다. 평소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주 7회, 매일 왕복 한 편씩 운항해왔다.
국적사별 인도네시아 노선별 감편 상황 정리
특히 이번 양사의 노선 감편은 인도네시아 교민들 사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면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단체 카톡 방 캡처 (박재아 지사장 제공)
교민들이 모여 교류하는 메신저 단체방에서는 '운항정지를 시켜놓고 벌금을 내라고 하는 어이없는 조치’, ‘르바란과 연말 등 주기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기간에는 증편을 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폭리를 위한다’ 등 양 국적기의 행보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고국도 힘들고 한국 교민들도 힘든 시기에 조마조마한 교민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국적 항공편이 유지라도 된다면 약간의 위로라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섭섭한 반응도 있었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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